독서 기록

바다 - 존 밸빌

naduyes 2024. 4. 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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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세계문학전집 144)
「세계문학전집」 제144권은 제임스 조이스와 사뮈엘 베케트를 잇는 아일랜드 최고의 작가인 존 밴빌의 대표작이자 맨부커상 수상작 『바다』다. 유명 작가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대거 발표되어 ‘황금의 해’라는 별칭까지 붙은 2005년의 맨부커상은 존 밴빌의 열네번째 소설인 『바다』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아련하게 떠오르는 사랑, 추억 그리고 비애에 대한 거장다운 통찰”이라 평했다. 아내와 사별하고 슬픔을 달래기 위해 어린 시절 한때를 보낸 바닷가 마을로 돌아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 미술사학자 맥스를 화자로 한 『바다』는, 자전적 경험과 함께 밴빌 특유의 섬세하고도 냉철한 아름다움을 지닌 문체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생의 궤적을 그려낸 소설로, ‘현존하는 최고의 언어 마법사’로 불리는 밴빌의 명성을 입증한다.
저자
존 밴빌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6.11.11

그들이 떠나간 자리 바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지만 내 마음 속엔 상처를 남기고 그들은 떠났다. 사랑하는 그들을 떠나보낸 뒤 한 남자의 회상.

과거란 나에게 단지 그러한 은둔일 뿐이다. 나는 손을 비벼 차가운 현재와 더 차가운 미래를 털어내며 열심히 그곳으로 간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것이, 과거가 어떤 존재를 가지고 있을까? 결국 과거란 현재였던 것, 한 때 그랬던 것, 지나간 현재일 뿐이다. 그 이상이 아니다. 62

과거 속에서 사시네요. 70

그러고 보면 우리는 슬픔의 작디작은 배들이 아닌가. 어두운 가을을 헤치며 이 먹먹한 정적을 떠돌아다니는 작은 배 73

어쩌면 삶의 모든 것이 삶을 떠나기 위한 긴 준비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95

슬픔은 오로지 시간 덕분이라 해도 어쨌든 누그러졌으며, 기쁨은 습관으로 굳어버렸고, 그녀의 몸은 자신의 자잘한 병들을 치유해왔다. 96

나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에게 빛을 발하는 것은, 이미 사라진 것들의 그림자들 사이에서 그 빛이 아무리 퇴색했다 해도 신성한 그녀가 아니라 죽을 수밖에 없는 그녀다. 그녀는 내 기억 속에 그녀 자신의 화신으로 존재한다. 113

그 애의 손, 그애의 눈, 그애의 물어뜯은 손톱. 이 모든 것을 나는 기억한다. 선명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모두 따로 놀기 때문에 하나의 통일체로 결합할 수가 없다. 133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과 같은 속도로 뒤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 만나려고 하는 대상이 점점 빠르게 작아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왜 그애를 도무지 따라 잡지 못하는 것일까? 133

어떻게 그애는 한순간은 나와 함게 있다가 그다음 순간에는 사라질수 있을까? 133

그러나 사람들은 실제로 떠난다. 실제로 사라진다. 그것이 더 큰 수수께끼다. 가장 큰 수수께끼다. 나 역시도 떠날 수 있다. 133

산다는 오랜 습관 때문에 죽기가 싫어질 뿐이다. 134

기억은 움직임을 싫어한다. 사물을 정지된 상태로 유지하는 쪽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다른 많은 장면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 장면도 하나의 그림으로 본다. 206

인생은 많은 가능성들을 잉태하고 있다. 240

지나간 시간에 대한 추억. 하지만 그의 고집과 모든 것을 좋게 보려는 그의 행동은 과거를 정당화하게 만든것 같다. 우리의 기억은 제한적이다. 과거를 희화화하려는 노력은 우리의 뇌의 당연한 작용이다. 하지만 반성과 노력이 없다면 삶엔 의미가 있을까?

시간은 우리를 타락으로 이끌며 시간은 우리를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몰고 간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수 없는 결과이면 원인을 모르는 결과라 할지라도 일단은 결과이며 세상일은 원인을 모르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많듯이 우리는 그 일에 대하여 이겨내야지만이 아니 이겨낸다는 말보다 그저 받아들여야지만이 넓은 곳에 들어 갈 수 있다.

삶을 긍정해야지만이 우리의 무거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거에 잡혀 산다면 영원히 우린 그저 그런 인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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