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그리움의 정원에서 - 크리스티앙 보뱅

naduyes 2024. 10. 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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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정원에서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보뱅이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그녀에 대한그리움으로 가꾼 작은 글의 정원 『그리움의 정원에서』가 1984Books에서 출간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지슬렌마리옹’, 1979년 가을에 처음 만나, 그로부터 줄곧 그가 가장 바쁘고도 고요한 방식으로 사랑한 여인. 1995년 여름 파열성 뇌동맥류로 세상을 떠나고, 같은 해 가을과 겨울, 크리스티앙보뱅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을 넘어서 그만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전히 생생한 그녀의 모습을 이 책 속에 담았다. “나는 이 책에서 동시에 발산되고 있는 두 사랑들을 보았다. 삶 전체를 향한 지슬렌의 사랑, 그리고 그런 지슬렌을 향한 보뱅의 사랑. (..) 삶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의 글. 그리고 나는 이 사람들을 사랑하는 글을 쓰고 있다. 이중의 사랑의 기록들을 따라가며, 삼중의 사랑이 차가운 동심원처럼 숲처럼 피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내내 피곤한 미로 속을 헤맸다. 그 안에서 점차 단순해지고 맑아지는 무언가를 느끼면서.” - 김연덕 시인
저자
크리스티앙 보뱅
출판
1984BOOKS
출판일
2021.12.15

그리움은 삶의 또다른 이름.
사랑하는 이의 죽음. 떠난 이를 그리워하며 쓴 글
그리고  잘 살아가라는 그녀의 부탁.

우리는 잠깐 살기 위해, 찰나에 불과한 삶을 살기 위해 두 번 태어나야 한다. 육신으로 먼저 태어나고 이 어서 영혼으로 태어나야 한다. 두 탄생은 뿌리째 뽑히 는 것과 같다. 육신을 세상에 던져버리는 첫 번째 탄생, 하늘 꼭대기까지 닿도록 영혼을 힘껏 던지는 두 번째 탄생 17

지슬렌, 네게 감사 한다. 널 잃음으로써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이 상실에 감사한다. 미치광이처럼 너를 사랑하는 나는 광기에 휩싸인 채 부드러움과 빛과 사랑을 찾는다. 그리스도 에 대해서는 좀 더 후에 생각하려 한다. 21

너에겐 재산이 거의 없었다. 네가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눈물과 웃음일 것이다. 눈물에 대해선 말하지 말자. 대신 웃음을 생각한다. 47

변함없이 계속 살아가라.
더욱더 잘 살아가라.
무엇보다 악을 행하지 말고 웃음을 잃지 말라. 49


너를 둘러싼 삶은 휴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가 쉴 수 있 도록 죽음이 있는 것이다 67

너를 보고 있어도 여전히 네가 그리웠다. 내 정신의 집, 내 마음의 집은 이중으로 잠겨 있었다. 네 가 창문을 깨뜨린 후에야 공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얼 음처럼 차갑게, 불타듯 뜨겁게, 손에 잡힐 듯 또렷하게.
지슬렌, 너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렇다. 너로 인한 그리움과 공허와 고통마저도 내 안으 로 들어와 나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그리움, 공허, 고 통 그리고 기쁨은 네가 내게 남긴 보물이다. 이런 보물 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죽음 의 시간이 올 때까지, 지금'에서 '지금'으로 가는 것뿐 이다. 110


내 심장은 울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흰 눈 밑에 붉은 장미가 있듯 눈물 밑에 웃음이 있다면, 생의 그 어떤 것도 헛되지 않다. 이 삶에서 우 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에게 삶이 주어 졌고, 삶은 우리가 죽는 날 우리에게서 다시 가져갈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준다. 나는 한없이 쌓인 검은 눈 밑에서 한층 홀가분해진다. 이 책을 떠날 시간이 되 었고, 나는 미소를 짓는다. 말해야 할 시간이 있고, 침 묵해야 할 시간이 있다. 나는 침묵하며 이번 겨울을 보 내려 한다. 침묵 속에서만 붉은 장미에 다가갈 수 있다.
마음에 검은 나무의 고통이 있으나, 나는 붉고 환한 소 용돌이에 전부 다 휩싸이도록 내버려 둔다. 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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