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마지막 욕망 - 크리스티앙 보뱅

naduyes 2024. 7. 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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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욕망
『작은 파티 드레스』 『환희의 인간』 『가벼운 마음』 등 국내에 출간된 소설과 에세이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의 소설 『마지막 욕망』이 출간되었다. 2022년부터 새롭게 기획된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 총서 QUARTO 〈동시대의 목소리〉 시리즈의 처음을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욕망』은 사랑과 욕망의 불분명한 경계에서 '피 흘리는 단어와 이미지'들로 쓰여진 한 권의 시 같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자살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떠나고 남겨진 방에서, 그가 준 철필로 손목을 긋는 장면. 이후로 서서히 진행되는 죽음과 함께, 울려 퍼지는 침묵을 수몰시키는 듯한 내면의 고백을 쏟아내고,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과 그와 함께 보냈던 날들의 편린들을 아름다운 은유로 가득한 시적 문장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1980년에 완성되어 오랜 시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가 작가의 죽음이 가까워져서야 눈앞에 다시 나타난 텍스트. 『마지막 욕망』에서 우리들은 투명하게 빛나는 보뱅의 이전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잿빛 문장들을, 그러나 '어둡고 가혹한 납빛의 지대' 안에서 발화되기를 기다리며 오래 숨어 있던 '가벼움과 환희의 씨앗'을 엿볼 수 있다.
저자
크리스티앙 보뱅
출판
1984BOOKS
출판일
2024.04.25

상처를 스스로 인식하는 시간. 아무것도 상처를 메울 수 없으리란 걸 알게 되는 시간. 두 시차가 클수록 고통은 더 늦게 찾아온다. 15

절망을 통해서만 절망을 넘어설 수 있다.
죽음을 통해서만 죽음을 넘어설 수 있다. 17

욕망은 장소나 편지, 심지어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욕망은 어디에나 존재했고, 보기만 하면 되 는 가장 단순한 것들 속에 있었다. 이 끊임없는 명료함은 모 든 것의 존재를 보장했지만, 명료함 자체는 무엇으로도 보 장되지 않았다. 67

당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말을 가로채거나 보태거나 빼지 않고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사람. 누가 그럴 수 있을까? 70

나는 다정함과 잔인함이 욕망의 이면에 서로 달라붙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존재는 부재로 인해 성장했기에 부재를 피할 수는 없었다. 탄생은 죽음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때로는 나아가는 일이 포기나 멀어짐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74

심해의 약혼자들은 무엇을 꿈꾸는가, 죽은 태양의 어느 빛 아래에서 어떤 이룰 수 없는 평화를 꿈꾸고 있는가? 76

내 몸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때
내게 남을 육신은 바로 당신이다. 90

가끔 우리의 사랑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곤했다. 하지만 사랑이 이상하지 않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가? 115

당신에 대한 사랑, 죽음이 가져간 이 사랑을 되찾으리라. 눈부신 생명, 붉은 심장을… 118

자연의 작업은 나의 작업과 같아서 끝이 없고 언제까지나 미완성이었다. 128



모든 것은 사랑을 갈구한다. 태어난 이유가 사랑인 것처럼. 욕망으로 커가고, 뻗어가고, 성장하고 아픔도 느낀다. 시작도 욕망이고 마지막도 욕망이다.

마지막 욕망은 두 가지란 생각이 든다. 사랑을 되찾기 위한 것과 죽음. 사랑으로 태어난 이는 사랑없이는 못살고, 커져만 가는 사랑을 분출하려 하지만 막을 길은 죽음뿐이다.

두 가지에 대한 욕망은 하나의 욕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이 없어진 것은 죽은 것을 의미하여, 죽는다는 것은 더이상 사랑을 갈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 글은 자살로 시작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으로 그리움으로 끝을 맺는다.

사랑, 그리움, 슬픔은 마지막 욕망으로 끝이 날 수 있다. 생명이 넘치던 삶이 그 마지막 욕망을 불러 일으킨 것은 한 인간이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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