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강철 폭풍 속에서 - 에른스트 윙거

naduyes 2024. 7. 1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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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폭풍 속에서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참혹하리만치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낸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에른스트 윙거의 기념비적 데뷔작『강철 폭풍 속에서』. 보르헤스, 브레히트, 앙드레 지드와 같은 세계적인 문호들의 칭송을 받은 에른스트 윙거의 대표작이자 1차대전을 다룬 최고의 문학으로 꼽히는 『강철 폭풍 속에서』가 1차대전 발발 100주년이 되는 올해 국내 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전쟁에 참전한 4년 동안의 전시 일기에 바탕을 둔 회고록으로, 한 평범한 독일 병사의 눈으로 본 전쟁의 참상을 조명한다. 사회성 짙은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뿌리와이파리 ‘알알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이 작품은 고전문학을 읽는 재미를 선사할 뿐 아니라 한국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1차대전의 실상과 그 성격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
에른스트 윙거
출판
뿌리와이파리
출판일
2014.08.18


안전한 시대에 태어난 우리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 굉장하 고 위험천만한 것을 동경했다. 전쟁은 그런 우리를 사로잡았다. 비처럼 쏟아지는 꽃잎을 맞으며 우리는 장미와 피의 환각에 도취된 채 밖으로 이끌려나왔다. 전쟁이야말로 뭔가 위대한 것, 강력한 것. 장엄한 것을 가져다줄 것같았다. 9

연대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우리가 처음에 가졌던 환상들은 모두 깨지고 말았다. 18

계속해서 끔찍하고 무서운 비명을 질러댓다. 여긴 고통만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지옥문 틈새를 깊숙이 엿보았다. 40

얼마나 아름다운 땅인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리고 죽을 만한 고향이 아닌가. 나는 그때까지 고향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그렇게 깊이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선하고 진지한 생각들이 떠올랐고, 나는 처음으로 이번 전쟁이 커다란 모험보다 훨씬 더 큰 의 미를 지닌다고 느꼈다. 43

우리는 너무 많은 일들을 보고 겪었던 터라 감각이 무뎌져 있었다. 130

저항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데에 습기와 추위라는 자연의 힘보다 강력한 포격은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214

눈에서는 멀어졌지만 마음으로는 영원히 우리 곁에 237

우리는 그의 시체를 넘어 계속 앞으로 뛰어나갔다. 천둥소리 같은 괴성이 우리와 동행했다. 이 죽음의 땅에서 수백 개의 눈이 소총과 기 관총 뒤에서 우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아군의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사방에서 날아온 총탄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우 리 철모를 스치거나, 참호 흉벽에 맞아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지평선 위로 달걀 모양의 검은색 쇳덩어리가 솟아오를 때마다. 우리는 생사가 걸린 순간에만 가질 수 있는 밝은 눈으로 그것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 었다.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는 가능한 한 하늘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265

테베가 방금 똑같은 자 리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전사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 소식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고고한 성품의 소유자로 몇 년 동안 기쁨과 슬픔과 위험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내게 농담을 건네던 그 친구가 작은 납조각 하나 때문에 삶을 마 감해야 하다니! 나는 그의 죽음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애 석하게도 사실이었다. 267

전쟁의 그 모든 흥분된 순간 가운데, 진지의 좁은 점토벽들 사이에 서 두 편의 돌격부대 지휘관들이 만나는 것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사건은 없다. 그곳엔 후퇴도 없고, 동정도 없다. 그들의 왕국 안에서, 냉 정하고 단호한 얼굴로, 어리석다고 할 만큼 용감하게, 민첩하게 앞뒤 로 도약하면서, 날카롭고 피에 굶주린 눈빛으로 쏘아보는 참호의 커 족들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들은 시대의 요청에 응답한 사내들이며, 어떤 연대기에도 그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영웅들이다. 268

국가가 살인의 책임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준다고는 하나, 우리의 회한까지 가져가지는 못한다. 우리는 슬픔을 감내해야만 한다. 슬픔과 후회는 꿈속 깊이까지 들어와 박혔다. 299

대전투는 내게도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는데. 그것은 내가 그때부 터 이 전쟁에서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먼 미래를 건 운명의 시간에 한꺼번에 모여들었던 군대들과 갑작 교도 충격적으로 촉발된 폭력은, 나를 난생처음으로 초개인적인 일역 깊은 곳으로 인도했다. 그것은 그동안 겪은 모든 경험과 달랐다.
그것은 인종의 비밀의식이었다. 그 비밀의식은 내게 두려움으로 불타 는 방들을 얻어서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를 그 안으로 이끌었다. 316


이소설은 작가가 1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후 자신의 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전쟁 그 참혹함에 대하여.

전쟁은 적군도 아군도 없다. 그저 살육만 있을뿐. 그저 죽이고 도망가고 살기위해 발버둥 친다. 전투가 벌어 질때 마다 옆에 같이 있던 동료는 죽고 몸은 성한 곳이 없이 돌아온다. 전쟁의 이유는 나라를 위해서라지만 그들은 잃은게 너무도 많다.
가족을 잃었고, 몸도 잃었다. 정신마저 온전하다면 다행이다. 휴가를 나가 약혼을 하고 돌아오지만 그는 죽음으로서 약혼에 대한 기억을 남긴다. 그 기억으로 행복은 물거품이 되버린다.
적군을 죽이고 그들의 얼굴은 본다. 그 생기없는 얼굴에서 ‘나는 이런 사람을 죽였구나!’라는 생각으로 뒤를 돌아서서 다시 또 전쟁에 참여한다. 내가 죽인 그 사람은 나보다 어려보였고 어쩌면 나와 비슷한 나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죽음은 의미가 있는 것인지. 살아서 있는게 더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닌지.

반복되는 전쟁(죽고 죽이고 다치고 총소리와 폭음)을 겪은 그들은 전쟁 후 어떻게 살아 나갈 수있었을지

왜라는 질문에 정당함이나 합당한 이유는 없는듯하다.

어쩌면 돈으로 얻은 행복도 좋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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