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저는 진심을 입 밖에 낼 줄 모릅니다. 자식의 도리로서 효성을 다할 뿐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저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버지로서의 관심과 혈연관계를 부인할 뿐만 아니라 나는 앞으로 영원히 너를 생판 타인으로 취급하겠다.’
‘때가 되면 술책을 부린 위선도 천하에 폭로될 것입니다. 악을 숨기고 있는 자도 언젠가는 창피를 당하게 될 거고요.’
‘눈도 필요없네. 눈이 보일 적에도 나는 헛디뎌 곱드러지곤 했어.’
말이란 때론 부정확하다. 나의 의지를 전하기엔 강도나 깊이가 부족하다. 의도는 왜곡되고 오도되며 의미는 퇴색된다. 리어왕이 세 딸들에게 자신을 어느 정도 사랑하느냐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막내딸은 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첫째와 둘째의 사랑 한다는 말은 자신의 사랑보다 더 깊어 보였고 자신의 사랑은 너무 하찮아 보였을지도 모른다. 막내딸은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지 못하였다. 너무도 사랑하기에 표현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거짓으로 꾸며진 진실이 아닌 세상일수도 있다. 의도는 왜곡되어 전해져 알게 모르게 거짓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리어왕은 자신에게 사랑을 거짓으로 고백한 두 딸에게 유산을 준다. 반대로 막내딸은 프랑스왕에게 떠넘겨진다. 하지만 첫째와 둘째 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배신까지 당한 리어왕은 미쳐간다. 그는 자신에게 충고한 신하마져 버린다. 그의 어리석음은 나의 어리석음이다. 매일 실수 투성인 나처럼.
모든 혼돈 속에서 혼돈이 섞여 비극은 더 큰 비극을 낳는다. 모든 이들은 죽고 남는건 무엇일지? 피폐해진 마음도 남아있는거라면 남는 것일지도. 영국이라는 나라는 남고 살아남은 자들은 다시 새로운 나라를 만드려한다. 이렇게 남은 자들에게는 그들의 이름조차 존자조차 남지 않고 묻혀지겠지만 때론 잊혀지는 것만큼 큰 축복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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