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naduyes 2024. 5. 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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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룬 『단순한 열정』은 글쓰기의 소재와 방식, 기억과 기록을 탐구한다. 이 소설은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한 ‘반 감정소설’에 속한다. 에르노는 발표할 작품을 쓰는 동시에 ‘내면일기’라 명명된 검열과 변형으로부터 자유로운 내면적 글쓰기를 병행해왔는데, 이 책의 내면일기는 10년 후 《탐닉》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게 된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작가는 ‘나’를 화자인 동시에 보편적인 개인으로, 이야기 자체로, 분석의 대상으로 철저하게 객관화하여 글쓰기가 생산한 진실을 마주보는 방편으로 삼았다. 그는 특히 이 책에서 지독한 사랑을 그려낸다. 머리가 물속에 잠긴 듯한 숨 막히는 열정을. 그녀는 이 사랑을 실험적이면서도 절제되어 있는, 거의 완벽한 그림으로 그려 보인다. 단정하고, 간결하고, 차가운 문장들. 화해도, 양보도, 심리 분석도 없다. 정확한 단어들만으로 지독한 기다림을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이 책은 이재룡 문학평론가이자 숭실대 불문과 교수의 해설이 더해져 작품과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더했다.
저자
아니 에르노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5.03.30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은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갔다.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사람을 내 존재를 위해 선택한 것이지 책의 등장인물로 삼기 위해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은 욕망이라는 값진 선물을 하고 있잖아.

예전 그 사람이 여기 있었는데

언젠가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겠지.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사랑만큼 단순한 열정도 없으며. 사랑만큼 쉽게 잊혀지는 것도. 사랑만큼 다시 불 붙기 쉬운 것도 없을 것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열정이지만 어딘가에 잘 숨겨져있어 나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혹시 이 단순함에 크기나 무게를 젤수 있다면 크기는 무한대라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며 무게는 가벼운 무거움 속에 나를 땅에 붙들게 하는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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