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그래도 우리의 나날 - 시바타 쇼

naduyes 2024. 11. 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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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장편소설 『그래도 우리의 나날』. 1960년, 스물여섯 나이에 데뷔한 저자가 자신이 통과한 대학시절을 담아 서른 살에 쓴 장편소설로, 일본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1960, 7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자신들이 믿고 있던 가치관의 붕괴로 삶의 방향과 의미를 잃어버린 청춘의 삶, 그리고 그들의 그 이후의 삶을 담았다. 작품은 ‘나(후미오)’가 헌책방에서 무엇에 홀린 듯 ‘H전집’을 구매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후미오는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며 반년 뒤 취직이 내정된 지방의 대학으로 약혼녀 ‘세쓰코’와 함께 내려갈 예정이다. 언뜻 안온해 보이는 삶이다. ‘H전집’에는 옛 소유자의 장서인이 찍혀 있었는데, 그 도장이 낯익었던 세쓰코를 통해 그 책이 도쿄대 역사연구회 회원이었던 ‘사노’의 것임이 밝혀진다. 사노는 한때 지하 군사조직에 참가할 정도로 극렬한 공산주의자였지만, 1955년 무장투쟁을 지향하던 일본 공산당이 ‘육전협(제6회 전국협의회) 결의’ 이후에 평화혁명으로 노선을 전환하자, 학교로 돌아와 정치투쟁과 선을 그은 채 평범한 대학생활을 이어간다.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했고, 다른 사람들과는 연락을 끊었다. 세쓰코의 부탁으로 사노의 행적을 좇던 후미오는 사노가 자살했음을 알게 되고, 그가 죽기 직전 쓴, 유서나 다름없는 편지를 입수한다. 그 편지를 읽은 후미오와 세쓰코는 그동안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데…. 함께 실린 단편 《록탈관 이야기》는 1960년 동인지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문학계》에 전재되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모든 것이 불분명하던 청소년기의 주인공이 동경한 과학과 이성의 세계가 ‘록탈관’이라는 진공관으로 상징된다. 명확한 세계에 대한 열망, 그 지향점에 이르지 못해 도착(倒錯)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진 빼어난 성장소설이다.
저자
시바타 쇼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8.12.10

삶이 결국은 갖가지 시간 때우기 의 퇴적이라면, 틈틈이 몰두할 수 있는, 혹은 몰두한 척할 수 있 는 일이 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 12

「행복에는 몇 종류가 있는데 사람은 그중에서 자기 몸에 맞는행복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해. 잘못된 행복을 잡으면 그건 손바 닥 안에서 금세 불행으로 바뀌어버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 면 불행이 몇 종류인가 있을 거야, 분명. 그리고 사람은 거기서 자기 몸에 맞는 불행을 선택하는 거지. 정말로 몸에 맞는 불행을 선택하면, 그건 너무 잘 맞아서 쉬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결국에 는 행복과 분간하지 못하게 되는 거야." 24-25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을 때, 그토록 어두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면 사람이 살아서 얻는 행복은 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다. 79

사람들은 믿는다는 것은 아름답다고 말하지. 하지만 난 믿는다는 것은 어딘가 추하다고 생각해. 96

자신을 그렇게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 한 번 쯤은 잘 안다 생각해도 계속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역시 어려운 일이야…. 106

나는 내일 일어날 것을 미리 가르쳐주는 세계에서 자라지 않았다. 내 앞에 있는 것은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실뿐이었다. 나는 사실로부터 세계란 무엇인가를 배웠다. 나하고 실망이란 것은 무관했다. 114

사람이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은 그 이해가 이미 그의 생에 아무 의미가 없어졌을 때에야 가능한 걸까. 123

산다는 것의 허무함. 138

일회성으로 만나는 남자는 단순함 모습이잖아요. 그렇게 생활을 갖고 있는 남자는 너무 복잡해서 두려워요. 155

그 속에서 무언가 의미를 찾아야 했고, 찾지 못하면 그걸 만들어내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당신은 그저 집요하게 과거의 전개를 지켜보기만 할 뿐, 절대 거기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보려고 하지 않았어. 그때 당신이 지키려고 한 것은 우리 두 사람의 내일이 아니라 무언가 전혀 다른 것이었던 거야. 181

나를 위한 일을 갖고 싶어서 187

사람의 마음 속에 그렇게 자신조차 모르는 은밀한 소망이 몰래 자라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189

한 사람의 행위가 자신의 의지로 결정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바람, 혹은 원한을 짊어진 것이라면…195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임을 선명한 윤곽으로 나타나 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투명함과 정확함 자체로 존재 하는 세계가 확실히 그곳에 있지만,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것을 보는 일은 절대 없다는 것, 그 세 계와 우리가 절망적으로 단절됐다는 사실이 우리의 그 안타까운 동경을 낳았다. 이따금 나는 이렇게도 느꼈다. 볼 수 없지만 믿는 다는 것, 그 세계는 절대로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아주 정확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다는 것, 그때 일 반적으로 믿는다'는 행위에 따라붙는 비열함, 비굴함은 눈곱만 치도 섞지 않고 믿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사실이 그 시절 우리의 변함없는 동경에 단순한 동경 이상의 무언가를 부여했을지도 모 른다. 209

실재하는 아픔보다 더 나쁜 것은 아프다고 느끼는 느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77




굴곡없는 인생은 없다. 굴곡이 없는 공은 일정한 속도로 굴러 다니며 멈출 것이다. 하지만 굴곡이, 흠이 있는 공은 가속되어 인생을 앞으로 끌고 나갈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일본인. 그 시대 안에 패배주의와 허무주의. 일본의 전쟁 후 세대들은 이상향을 꿈꾸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파 묻히고 있었던건 아닌지. 새로움을 향하지만 그저 패배의 평화 속에 평범함과 가끔의 쾌락과 안이함 속에 살아가는건 아닌지. 그러니 한국의 격변이 이상향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삶을 살다보면 때론 지키지 못할 말과 약속을 내뱉는다. 하지만 그것때문에 좌절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이란 비합리적인 생각과 행동을 한다. 항상 비합리적인 일을 합리적인 일로 꾸며낸다. 이 이기적인 생각들은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앞으로 살아가게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물론 뻔뻔함과 반성은 다르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후회할 일도 많았지만 앞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일정하게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가끔 탈선도 기묘한 행복이다.

그래도 우리의 나날은 기대감 가득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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