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과 서희. 부부지만 그들의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서희는 돌아갈 생각. 길상은 떠날 생각. 독립운동을 지원하려는 길상. 독립운동이든 친일이든 돌아가기만하면 뭐든 다 되는 서희.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가 죽는 지금 그녀에게 가족은 길상과 자식 두명. 그 핏줄은 그녀의 토지다.
거복이 김두수. 금녀에 대한 그의 집착은 끝이없다. 철두철미하고 눈치가 누구보다 빠른 그. 판단력은 흐릴줄을 모른다. 하지만 금녀에게 한방 먹은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꿈을 꾼다. 그리고 자신도 흐리는 줄 모르는 눈물을 흘리며 어떤 생각들이 쏟아졌을지. 그의 깊은 무의식 속에 남아있던 광기인지 아니면 선한마음이었을지.
쫓겨난 송애는 김두수에게 버림받고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여자가 되버렸다. 남은건 자존심인데 그 자존심에 대한 증거가 없다
월선의 죽음. 무당의 딸. 이루지 못한 사랑. 계속되는 운명의 어긋남. 하지만 그녀는 살아왔다. 임이네의 착취. 낳지 않는 아들을 돌보며 어떤 욕심도 없어보였던 그녀. 그 삶 앞에 놓인 암이라는 죽음의 그림자. 점점 희미해져 가는 그녀의 생기. 용이는 월선이 앞에 쉽게 갈 수 없었다. 가는 순간 이제 확정이 되어버린 병과 죽음. 그것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였는지. 나의 죽음보다 더 힘든 타인의 죽음. 그 평등한 단어 앞에 운명의 쓴 맛이 느껴졌다.
삶과 죽음이란? 평등하지만 처절하다.
서희는 다시 돌아간다. 아들 환희는 숨어있다. 아버지 길상과 같이 가겠다는 아들. 서희는 다짐한다. 절대 용서하지 않기를. 울음을 터트린 아들을 달래며 서희는 조선으로 돌아간다.
토지는 삶의 터전이다. 곧 삶 그 자체인듯도 하다.
시절이 있었지. 그런 시절이. 꽃구름 같은 시절이라 할까 통곡의 시절이라 할까.
지나간 시절은 아름답다. 이제는 아름다운 것이 되었다. 산천 도 사람도 처절한 비애, 젊었던 육신도. 63
당연할 뿐만 아니라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얘기 도 되는 게야. 의심이란 가장 좋은 상태를 선택하고자 하는 조 심성이기 때문에, 믿지 않는다는 것은 믿을 수 있는 것을 찾는 욕망이 강하다, 그렇게도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90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희생자는 천 물이요 죄인이지. 어쩔 수 없게 몰아넣어 놓고. 하나님은 착하시지. 허허, 허허허••••• 누군가 소를 죽여주어야 소고기 를 먹을 테고, 누군가 호랑이를 죽여주어야 호환을 면할 테고 누군가 나쁜 놈을 죽여주어야 살인강도, 역적이 없어질 테고, 날이면 날마다 살생은 아니 끊이는데. 죄인은 날로 날로 늘 어만 가는데, 성현은 무엇을 했느냐!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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