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상실 - 조앤 디디온

naduyes 2024. 8. 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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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가족을 잃은 상실의 아픔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한다. 게다가 일상을 늘 함께했던 이를 잃는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고통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알 수 없을 테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남은 인생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칠지. 하지만 가족을 잃는 슬픔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고통일 것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아직 겪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겪게 될 고통. 예고된 고통, 비애, 비통. 작가들의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작가의 존경을 받았던 조앤 디디온은 소설, 에세이, 칼럼 등 다양한 글로 이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남편 존 그레고리 던을 잃은 후, 약 1년간을 기록한 「상실(The Year of Magical Thinking)」은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그녀만의 특유의 언어로 담담하고 생생하게 기록했다. 이 작품으로 조앤 디디온은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다. 조앤 디디온은 2003년 12월 30일 남편을 잃었다. 그는 독감이 악화하여 패혈증에 걸린 딸 퀸타나를 면회하고 돌아온 후 급작스레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누구보다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보였던 보호자 조앤 디디온은 사실 마법 같은 사고로 그 현실을 버티고 있었다. 남편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그가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도 있다는 희망. 설상가상 병에서 회복해 나가는 것으로 보였던 그녀의 딸마저 다시 병상에 눕고 만다. 남편의 죽음만큼이나 갑작스레 예고 없이. 그녀는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상태를 살펴보려 하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라지지 않는 마법적인 사고에서 굳이 벗어나려 하지 않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것을 지켜보는 이는 그저 안타깝고 마음 아플 뿐이다. 그녀를 동경했던 독자라면, 그토록 냉철하고 분석적이며 예리한 통찰력을 지닌 작가의 약한 모습을 바라봐야 해서, 더욱더 큰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또한 자기를 향한 시각에서도 특유의 그 예리함을 잃지 않는 작가로서의 자세를 보면서, 자연스레 존경심이 샘솟는다. 그와 함께 그녀가 펼쳐내는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사유는 우리에게 인생에 관한 성찰을 안겨준다. 독자는 조앤 디디온의 글이 풍기는 특별한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
조앤 디디온
출판
책읽는수요일
출판일
2023.12.11

뉴욕타임즈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작가들의 작가 조앰 디디온

남편의 죽음 이후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죽음에 둘러싸인채 살아간다. 11

우리가 아무리 마 음의 준비를 해도, 우리 나이가 몇 살이건 간에, 부모 님의 죽음은 마음 깊은 곳을 뒤흔들고 뜻밖의 반응 을 일으켜 아주 오래전에 묻어 놓은 줄 알았던 기억 과 감정을 헤집어 내지요. 우리는 애도라고 하는 그 불특정한 기간에, 바다 밑 잠수함 속에서 지내는지 도 모릅니다. 심연의 고요 속에 머물며, 때론 가까이 에서 때론 멀리서 회상을 불러일으켜 우리를 뒤흔드는 폭뢰의 존재를 느끼면서 말이지요. 39

비에는 다르다. 비애는 거리가 없다. 비애는 파도 처럼, 발작처럼 닥쳐오고 급작스러운 불안을 일으켜 무릎에 힘을 빼고 눈앞을 보이지 않게 하며, 일상을 까맣게 지워버린다. 가까운 사람을 잃음으로써 비애 를 겪은 사람은 거의 모두가 이런 ’파도‘ 현상을 경험 했다고 말한다. 40

죽음이라는 현실이 아직 인식 안으로 파고들지 않았 기 때문에 상실을 꽤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 일 수 있다. 62

비애는 수동적이었다. 비애는 저절로 생겨 났다. 그러나 비애를 다루는 행위인 애도는 주의를 집 중해야 할 수 있었다. 192



삶이란 만남과 이별의 연속. 그리고 그 안의 사건. 무작위적인 사건들은 우연히 일어난다. 이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생각하면 그 크기에 압도되어 가능한 일인지 다시 물어보곤 한다. 불가능할 것같은 이 세상에 가능함을 만들어 나가는 존재.

만약 무언가 예측이라도 가능한 일이었다면 준비라도 해뒀을텐데
삶은 아무런 예보도 없이 찾아온다. 우리는 당연히 죽을 것이란 것을 알지만 나에게 찾아온 죽음 앞에서는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후에 찾아오는 상황들은 현실이 맞는 것인지 되묻곤 한다. 그 현실을 어떻게 맞서 나가야하는지.

죽은 자들의 물건들은 치울수 없다. 그 물건을 치우면 이젠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돌아 올것이란 기대 역시하게 되는 상실이다. 사망 증명서는 인류가 발견한 최악의 마침표다. 그것으로 이젠 진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증명서.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화인해 주는. 어쩌면 반대로 존재했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는 증명.

과연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나의 모든 행동들은 익숙해져 있다. 옆에 있기에 몰랐던 모든 습관들은 모두 다 적응이 되어 이 쓸쓸한 존재감과 밀려오는 차가운 공기는 맞설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어떤 누구의 위로도 어떤 것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을 김정들. 하지만 자연은 이 일을 당연하라 여긴다. 우리 주위에는 태어난 것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을 뿐더러 맞서면 맞설수록 더 큰 상처만 남긴다. 오직 시간. 시간만이 그 상처와 흔적를 지워나간다.

남겨진 것은 무의 흔적. 기억이라는 무. 추억들. 무게를 달수도 측정할 수도 없지만 그 존재감은 어떤 무엇보다 무겁다. 그 기억들이 슬프고 다시 올 수도 없을 시간에 대한 회한이 될수도 있지만 그 기억으로 살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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