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작가들의 작가 조앰 디디온
남편의 죽음 이후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죽음에 둘러싸인채 살아간다. 11
우리가 아무리 마 음의 준비를 해도, 우리 나이가 몇 살이건 간에, 부모 님의 죽음은 마음 깊은 곳을 뒤흔들고 뜻밖의 반응 을 일으켜 아주 오래전에 묻어 놓은 줄 알았던 기억 과 감정을 헤집어 내지요. 우리는 애도라고 하는 그 불특정한 기간에, 바다 밑 잠수함 속에서 지내는지 도 모릅니다. 심연의 고요 속에 머물며, 때론 가까이 에서 때론 멀리서 회상을 불러일으켜 우리를 뒤흔드는 폭뢰의 존재를 느끼면서 말이지요. 39
비에는 다르다. 비애는 거리가 없다. 비애는 파도 처럼, 발작처럼 닥쳐오고 급작스러운 불안을 일으켜 무릎에 힘을 빼고 눈앞을 보이지 않게 하며, 일상을 까맣게 지워버린다. 가까운 사람을 잃음으로써 비애 를 겪은 사람은 거의 모두가 이런 ’파도‘ 현상을 경험 했다고 말한다. 40
죽음이라는 현실이 아직 인식 안으로 파고들지 않았 기 때문에 상실을 꽤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 일 수 있다. 62
비애는 수동적이었다. 비애는 저절로 생겨 났다. 그러나 비애를 다루는 행위인 애도는 주의를 집 중해야 할 수 있었다. 192
삶이란 만남과 이별의 연속. 그리고 그 안의 사건. 무작위적인 사건들은 우연히 일어난다. 이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생각하면 그 크기에 압도되어 가능한 일인지 다시 물어보곤 한다. 불가능할 것같은 이 세상에 가능함을 만들어 나가는 존재.
만약 무언가 예측이라도 가능한 일이었다면 준비라도 해뒀을텐데
삶은 아무런 예보도 없이 찾아온다. 우리는 당연히 죽을 것이란 것을 알지만 나에게 찾아온 죽음 앞에서는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후에 찾아오는 상황들은 현실이 맞는 것인지 되묻곤 한다. 그 현실을 어떻게 맞서 나가야하는지.
죽은 자들의 물건들은 치울수 없다. 그 물건을 치우면 이젠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돌아 올것이란 기대 역시하게 되는 상실이다. 사망 증명서는 인류가 발견한 최악의 마침표다. 그것으로 이젠 진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증명서.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화인해 주는. 어쩌면 반대로 존재했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는 증명.
과연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나의 모든 행동들은 익숙해져 있다. 옆에 있기에 몰랐던 모든 습관들은 모두 다 적응이 되어 이 쓸쓸한 존재감과 밀려오는 차가운 공기는 맞설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어떤 누구의 위로도 어떤 것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을 김정들. 하지만 자연은 이 일을 당연하라 여긴다. 우리 주위에는 태어난 것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을 뿐더러 맞서면 맞설수록 더 큰 상처만 남긴다. 오직 시간. 시간만이 그 상처와 흔적를 지워나간다.
남겨진 것은 무의 흔적. 기억이라는 무. 추억들. 무게를 달수도 측정할 수도 없지만 그 존재감은 어떤 무엇보다 무겁다. 그 기억들이 슬프고 다시 올 수도 없을 시간에 대한 회한이 될수도 있지만 그 기억으로 살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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