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박경리
- 출판
- 다산책방
- 출판일
- 2023.06.07
존재하는 자들의 죽음과 그 뒤를 이은 후 세대들의 삶과 싸움.
신분은 없어졌지만 그들 안에 쌓인 차별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변해도 백정과 천민은 그들 마음 속 깊은 곳에 차별은 존재한다.
커가면서 부모의 통제를 벗어난 자식들. 그들은 자신만의 삶에 대한 이해를 고민한다.
명희는 결국 사랑하지도 받지도 못하는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짓고 정처없이 떠난다.
홍이는 부모도 없는 땅을 떠난다. 정처없는 삶이 될 것인지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릴 것인지. 그 가운데 아내 보연과 내연녀 장이와의 만남. 남자의 뻔뻔함. 시작은 홍이였고, 중간에 참을 인자를 새긴 사람은 보연이었지만 패배자는 보연이일뿐이다.
죽어야 하기 때문이며 이별해야 하기 때문이며 끝날 수 없는 한을 남기기 때문이며
설움을 모른다면 어찌 마음이 있다 할 것인가.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시궁창인들 어찌 더러울까
만물이 본시 혼자인데 기쁨이란 잠시 잠시 쉬어가는 고개요 슬픔만이 끝없는 길이네. 저 창공을 나는 외로운 도요새가 짝을 만나 미치는 이치를 생각해보아라. 외로움과 슬픔의 멍에를 쓰지 않았던들 그토록 미칠 것인가
만남은 이별의 시작이란 말도 못 들어보았느냐?……
현재가 견디기 어려우니 희망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생존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희망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가난한 자여, 핍박받고 버림받은 자여, 희망은 그대들의 것이며 신도 그대들을 위해 있나니, 희망의 무지개는 저 하늘과 하늘 사이에 걸리는 것, 그것은 미래인 것이다
얻는 과정에서 잃어가는 과정을, 아니 얻었기 때문에 잃어야 하는 과정을 서희는 시시각각 느낀다
얻고 잃는 것이 모두 꿈같이, 짧은 생애의 덧없는 일이라면 놓아도 좋으련만, 놓은들 잡은들 마찬가진 것을, 기왕의 지난날 치열하였던 불길은 그렇다 치고, 지금 가슴을 짓누르는 마음의 맷돌은 들어내고 허(虛)한 대로 고통에서 놓여남직도 하건만 뜻대로 아니 되니 인성의 본질인가 하고 서희는 한숨을 내쉰다.
일개 역관의 딸로서 이 문중에 들어와 박제된 한 마리의 학같이 된 명희는 그렇다 치고 그들 조씨 문중의 사람들은 본시부터 인간, 인간은 인간이로되 박제된 인간들이었다
발바닥으로 하여 배운 지식이 교실 안에서 배운 지식보다 훨씬 진실에 가까우니까. 뭐 이론이 어떻고 체계가 어떻고 서구 사상이 어떻고 세계관이니 인생관이니, 종이 쪼박지야. 해 넘어갈 때 새소리를 듣는 촌로, 해 넘어가는 하늘 전체를 가득 안으며 육십 년 칠십 년을 살았으니 말이야. 생각이 깊고 넓었지. 의자 하나를 놓고 다투면서 세계관이 어떻고 인생관이 어떻고, 바위든 풀밭이든 편안한 자리에 앉아서 유장하게 담배 한 대 피우는 사람 앞에 세계관 인생관? 소리 질러보아야, 에미 부르는 송아지 울음만이나
인간이 생존해나가는 한에 있어서 소수의 희생은 끝이 없을 것이며 다수의 생존 또한 파괴할 수 없는 부조리를 생각하는 것
어느 땐가 사람은 사람을 잊게 되고 또 버리게 된다. 살아서 등을 돌리며 이별도 배신도 하게 되지만 죽음으로 철저하게 인간은 인간을 배신한다. 마음이 가면 육신이 가고 육신이 사라지면 마음도 사라진다. 마음이 매달려 있다는 것은 착각이며 자기기만은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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